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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조우하다
사진가 김혜식, 도예가 오창윤
Joyful encounter
2025. 4. 2. ~ 5. 11.
옹기, 조우하다 Joyful encounter
박은희 (비아아트 대표)
박물관 수장고의 유물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는 김혜식 사진가의 소식을 들었다. 어떤 유물을 찍고 있을까? 기록 사진을 하나? 공주의 유물 도록에 쓸 작업일 거로 생각하며, 더 이상의 상상을 멈췄다.
그때의 사진을 전시
도록으로 보게 되었다. 단순한 기록 사진이 아니었다. 땅속에 오랜 세월 묻혀 있다가 발굴되어, 긴 시간의 연구와 보존을 거쳐 기호로 이름 붙여진 질그릇과 독(甕)들. 김혜식은 박물관 학예사의 연구 시간
너머, 시인의
마음으로 토기에 다가갔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빛과 색을 더하며 고대의 시간에 현재의 공간을 감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수장고 유리벽에 비치는 빛이 토기에 따듯하고 아름답게 비추기를 기다리고, 시(詩)를
읽으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업을 완성했다.
김혜식의 사진을 보면서 ‘제주 옹기’가 떠올랐다. 제주 옹기의 묘한 붉은 색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사진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닿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옹기에 지역 이름이 더해지는 경우는 아마도 제주 옹기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제주에서 생산되지 않은 항아리를 육지 항아리라 부르며 제주 옹기와 차별화했다. 제주는 철분이 많은 화산토와 돌가마 소성으로 완성되는 독특한 옹기가 생산된 곳이다. 제주의 흙과 돌, 불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옹기 작업을 세밀하게 이어가는 오창윤의 옹기가 김혜식의 옹기 정물 사진과 마주하는 행복한 만남(Joyful encounter)을 이끌고 싶다. 천 년 전 유물이 21세기의 사진예술로 선보이고,
이 사진과
함께 한 제주 옹기의 독창성이 빛을 내기를 기대한다. 서로 다른 예술 장르와 문화의 만남으로 다양성이 확장되길 꿈꿔본다.
Relics storage #6, 2023, UVprint on wood,
80 x 54cm
Relics storage #7, 2023, UVprint on wood,
80x54cm
<사진가 김혜식 작가노트>
이번 전시의 옹甕은 계속하여 공주를 담아온 공주 사진 작업의 연장선이다. 그 시작은 공주의 오랜 발굴 현장인 수촌리, 공산성, 행정개편에 따라 세종으로 편입된 옛 공주의 발굴 현장 답사였다. 이 중
출토된 유물의
최종 보관 장소인 충청권역 수장고 토기에 집중했다. 유물의 가치에 무게를 두거나 발굴지역, 연대별, 혹은 용도별 구분에 연연해하지 않고 ‘물성’에 접근했다. 하여 사진으로의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오히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가 태생부터 닮은 제주의 옹기를 만날 수 있게까지 하였다. 이 만남은 흡사 동병상련의 공감대를 느끼게 하는 디아스포라와 같다. 그뿐만아니라 루이스 글릭의 ‘눈물꽃’이
연상되었다.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중략)
_루이스 글릭 <눈풀꽃> 일부
김혜식 작가 정보
Breath1921_2019_제주점토, 무유소성
Breath1921_2019_제주점토, 무유소성
<도예가 오창윤 작가노트>
나의 유년 시절은 농사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밭 한구석에서 놀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깨진 옹기 파편들과 모밀 사발의 파편들……. 생각해 보면 나와 흙과의 인연은 이 작은 기억에서 출발한다.
그때의 파편들이 제주인의
삶의 흔적이란 걸, 제주에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란 걸 실감하면서 제주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했었다. 제주다움은 무엇일까? ‘서투름에 시간이 더해진 것이 제주다움이라 생각한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처럼 전문적인
지식 없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단지 관습이나 전통에 의해 지배되고 전수되었던 것들이 시간이 더해지면서 제주다운 모습과 색채가 만들어지는 것이라 믿는다. 제주 옹기를 전통적 전수과정에서
배우지 않았지만, 나만의
방식과 도구가 존재하고 나만의 돌가마와 소성 방법이 있을 뿐이다. 나의 이 서툰 작업 방식에 시간이 더해져서 나의 작업이 있고, 제주다움의 개념이 정립된 것처럼 결과보다는 과정이 있기를
바란다. 시간을 거슬러간 충남
공주의 토기와의 만남으로 무엇을 남기고 남겨야 할지에 대한 영감을 얻고자 한다.
오창윤 작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