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Exhibitions
<Self Existence> 양 묵 회화전
2023. 11.18 ~ 12. 24
양 묵 작가에게 “무엇을 표현한 작품입니까?” 라고 물으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지요.”라고 답한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사람의 모습이 없고, 서사적인 흐름도 볼 수 없다. 대신 화면 가득 거대하게 펼쳐진 책의 형상과 그 위를 가득 채운 알 수 없는 기호(숫자, 텍스트)와 탄흔, 무언가에 긁힌 흔적이 혼재한다. 묘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극도로 말을 아끼는 작가는 그의 이름 묵(默, 잠잠할 묵)처럼 회화 속 상징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마치 퍼즐을 맞추거나 숨은 그림을 찾듯이 캔버스 화면 속 상징 기호의 의미를 탐색하게 만든다. 작가가 인간을 인식하는 대상으로 삼은 책(텍스트 기록)을 다양한 방법으로 10여 년 동안 탐구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작가가 작업을 통해 소통하고 싶은 개념과 시각 요소들이 어떻게 변모하고 성장했는지 볼 수 있다.
전시장 1층에는 종이 신문이나 실물인 책으로 2013년부터 작업한 작품과 인쇄 아연판을 소재로 2018~2019년 작업한 작업이 펼쳐진다. 두께가 있는 책을 중간쯤 펼친 채 드릴로 구멍을 내고 여기에 작은 병사 조형물을 붙여놓은 작업은 양 작가의 책 그림 작업에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실물 책으로 작업을 5~6년 동안 지속하다가 작가는 책을 만드는 인쇄 재료에 매혹된다. 책을 인쇄할 때 쓰는 인쇄판은 책을 찍어내고 나면 그 쓰임을 다한다. 이렇게 더 이상 쓰임이 없게 된 인쇄 아연판을 다시 손수 가공하여 창작한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2020년부터는 서양화로 대표되는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작업한 회화 작업으로 돌아오게 된다. 올해 한 해만 3번째 개인전을 여는 작가는 2023년 2월과 5월 전시에 선보였던 회화에 이어서 그의 작가적 철학과 신념을 더 쏟아내고 있다.
‘Self-Existence 자기 존재, 저항하는 실존’을 주제로 탐구하는 화가 양 묵. 이 전시에서 그의 10여 년 동안의 다중적 사색이 어떻게 변모하면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억압과 저항에 대한 몸짓에 공감하며 우리는 그가 상징하는 이야기를 따라갈 뿐이다. 복잡하지만 즐거운 은유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양 묵 작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