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Exhibitions

<축복> 신기영 민화전, <Celebrations> Kiyoung Shin
2017.7.22-10.15

삶을 축복하다.

민화의 매력은 ‘단순함’에 있다고 신기영 작가는 말한다. 민화는 세련된 그림도 아니고, 심오한 철학이 담긴 그림도 아니다. 민화 작가 신기영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30년 넘게 아이들에게 예술교육을 하면서 늘 어린이처럼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한 성찰과 창작에 대한 열정, 재료에 대한 담대함을 지녔고, 이는 민화를 연구하고 그 속에 빠져들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화 물감을 다루는 방법을 습득하면서 자연스럽게 민화를 접한 작가는 201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민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예로부터 민화는 우리의 생활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누구나 바라는 건강, 행복, 풍요, 자식의 출세를 기원하는 현실적인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려진 그림이다. ‘절실한 그림,’ ‘진실한 그림’이라는 단순 명료한 명제가 ‘민화적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위세대인 어른들이 지녔던 절실했던 소망 역시 자신에게도 있는 진실한 마음임을 확인하면서 이런 마음을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다. 민화 소재의 조합이 때론 어설프게 보이지만 화려하고, 서정적이지만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표현력에 작가는 점점 민화에 매료되었다. 민화 소재의 은유적 상징에 이성과 감성 모두를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 서민민화의 진정성임을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민화는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그림, 다시 말해 ‘민화는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언어의 의미가 변하듯 시대에 맞게 소재가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민화의 정해진 도상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작가는 변화하지 않는 충실한 전통보다는 현대에 와서 민화의 변모에 대한 고민도 깊이 하고 있다. 정해진 민화의 도안에서 소재를 접목하여 풀어내는 작가의 민화 작품들은 신선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전시장 1층에 전시된 어머니 시리즈 5점의 민화 작품들(어머니-쉼, 행복한 꿈, 바다에는, 숨비소리, 가득담은 소망)은 민화의 정해진 도상에 제주에서 접하고 느낀 사물을 접목하여 완성해 낸 신기영 작가만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들이다. 작가는 제주를 여러 해 동안 다녀갔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의 ‘제주의 문자도’ 전시를 본 후, 그 독특함에 매료되어 자신만의 민화적 조형 언어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제주 답사 중 우연히 방문한 하도리의 어촌 마을은 가히 제주 서민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작가 특유의 친화력으로 그 마을 청년회장으로부터 하도리 해녀의 불턱을 안내 받게 되었다. 돌로 지어진 불턱에 가지런히 놓인 테왁을 보면서 작가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여성의 삶은 곧 어머니의 물질이었고, 자식을 키우고 생활한 모든 삶 자체가 소망이었음을….. 해녀에게 테왁이 생명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해녀들이 사용하는 사물을 소재로 하여 소망과 기원이 담긴 작업들을 완성해 냈다. 제주 전시를 기획하면서 제주 여성의 삶과 그들이 매일 쓰는 사물 그리고 그들의 소망과 희망으로 풀어냈다.

신기영 작가는 민화 공부를 궁중민화에서 시작해서 서민민화로 그 폭을 넓혀왔다. 조선시대 임금님에게만 사용되었던 일월오봉도와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도, 지식인들의 지적 욕망을 담아낸 책가도를 이번 <축복>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지하 전시공간에서 보게 되는 <푸른 꿈> <선비의 방> <깊은 생각>의 책가도에서는 민화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미의 사물을 더해 그 은유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

작가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어린 시절, 한국의 전통∙ 효∙ 예의 문화를 몸으로 체득하고 느끼면서 살아왔다. 자식과 가족을 위해 정작 본인의 삶은 없는 어머니 세대의 모습에서 제주여성의 삶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는 그 보편성에 작가는 주목한다. 누구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민화를 통해, 삶은 축복이고 celebration하기에 충분하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전하고자 한다.

신기영 작가 정보

기원합니다 | 2017, 한지에 수간분채, 36x27

기원합니다 | 2017, 한지에 수간분채, 51x41

선비의 방 | 2014, 한지에 수간분채, 68x33

선비의 방 | 2017, 한지에 수간분채, 34x70

십장생도 | 2017, 한지에 수간분채, 86x56

어머니, 바다에는 | 2017, 한지에 수간분채, 71x35.5

어머니, 쉼 | 2017, 한지에 수간분채, 70x40

어머니, 행복한 꿈 | 2017, 한지에 수간분채, 73x39

이루어진 소망 | 2017, 한지에 수간분채, 56x74

푸른꿈 | 2017, 순지에 수간분채, 112x45

해를 품은 달 | 2015, 한지에수간분채, 74x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