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Exhibitions

<진화하는 크래프트, Old but New Design>
2014. 4.8-5.31

공예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본래의 ‘기능’과 ‘미적 장식’을 조화시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기능적인 면만 강조하지 않고, 디자인을 생각하여 매일 쓰는 생활용품에 새로운 시선과 감성을 넣은 작품을 선보인다. 황갑순 도예가 제자들인 백중백 멤버들이 창작한 ‘현대 백자’와 옻칠, 나전 장인들이 만든 우리 ‘젓가락’이 전시된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진화하는 크래프트> 전시에 소개되는 우리 현대 백자와 젓가락은 옛 전통을 조금 다른 생각으로 접근하고, 이를 세련된 현대 공예로 탄생시킨 대중적인 작품들이다.

전통 공예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 쉼을 쉬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공예가들의 오랜 고민이었다. 흔히, 전통 공예를 너무 모른다 한탄하고, 어떻게 그 맥을 이을 것인지에 대해 여러 정책들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무형문화재, 공예 전수관, 전통 문화 학교 등 국가 차원에서의 노력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공예는 실용품이다. 현대인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한다. 이런 생각을 실현 시키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동시대의 욕구와 흐름을 읽고, 현대의 조형성과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다.

<현대백자-백중백>
조선 백자는 검소, 질박함, 결백함을 지닌 것으로 오랫동안 우리 백의 민족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를 계승 발전하는 것이 아름다운 백자 공예가 진화할 방향이다. 서울대 황갑순 교수는 그의 제자들을 묶어 하나의 새로운 도자 그룹 ‘백중백’을 탄생 시켰다. 새로운 것을 갈구하던 공예분야에 새로운 도예의 흐름과 자극을 준 이들은 국내와 해외에서 많은 전시와 수상을 하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원래, 도자기란 물레질한 흙에 유약을 발라 높은 온도의 가마에서 구워내는 것이다. 어떤 도자기가 나올지는 가마에서 나와봐야 안다고 할 정도다. 불과 인연이 닿지 않아 터지고 틀어지고 금이 간 그릇들은 불기운이 채 가시기 전에 곧바로 깨지기 쉽다. 그래서, 도자기는 ‘사람의 예술’이 아니라 ‘불의 예술’이라 한다. ‘기다림의 미학’인 것이다.

황갑순 교수는 이것을 넘어 도자에 현대 기술을 결합하여 그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냈다. 그와 제자들이 만드는 도자는 물레질한 흙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내고 그 거친 표면을 다이아몬드로 연마한다. 이렇게 하면 표면은 차돌같이 단단해지고, 대리석을 만지는 듯한 촉감이 살아난다. 자기의 표면을 ‘불의 선처’에 맡기지 않고 현대 제조기술을 결합하여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갈아서 만드는 도자기, 그리하여 음식이 닿는 안쪽엔 유약을 칠해 매끄럽게 하고, 바깥은 무광택의 토기나 석기의 느낌이 나는 새로운 그릇이 나온 것이다.

<젓가락>
젓가락은 음식을 집어 먹기 위해 쌍으로 이루어진 막대기로 세계에서 한국, 중국, 일본에만 있는 식문화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젓가락질을 잘하는 법을 밥상에서 부모님으로부터 직접 배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젓가락을 하찮게 여기게 된다. 이러한 젓가락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온 박연옥 전통공예 아트디렉터는 지난 5년 동안 전통 옻칠과 목공예 명장들과 함께 연구하고 디자인을 개발하여, 지난해 서울 부암동에 젓가락만으로 우리 공예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우수함을 알리는 공간을 열었다. 한국의 젓가락이 한국의 대표 문화가 될 수 있다는 포부로 시작한 일이다. <진화하는 크래프트> 전시에 소개되는 젓가락은 옻칠 기법을 근간으로 엄선한 나무, 조개패, 천연 옻을 사용해 오랜 정성을 들여 완성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전통 공예 기법을 결합하여 신선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젓가락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옛 사람들의 전통과 예술을 이어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현시대에 맞게 변화하여 진화한 우리 백자와 예술적인 젓가락으로 조금은 다른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미래를 생각해 보는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