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Exhibitions
<NJ Entertainment, Jeju> 노 준 No Jun
2013. 5. 25-8. 17
비아아트가 조각가 노준(Noh, Jun)의 작품을 선보인다. 노준은 어린이 음료인 ‘깜찍이 소다’의 캐릭터를 만든 작가다. 그는 1997년 달팽이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여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를 덧대어 ‘깜찍이’를 탄생시켰다. 어린 아이들은 이 음료수 뚜껑에 앉아있는 다양한 종류의 깜찍이들을 모으며 행복해했다. 음료수의 맛보다 아이들 눈을 먼저 사로잡은 캐릭터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세기 애니메이션, 광고, 게임 등 여러 장르에 퍼져있는 캐릭터의 힘과 상징은 이미 우리 문화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미키 마우스, 헬로 키티, 포켓몬스터, 뽀로로 등 수많은 캐릭터가 우리 일상과 함께 하고 있다. 이런 캐릭터들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며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진화해왔다. 환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들며 세대를 이어 인간과 소통한다.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친숙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부담스럽거나 어렵지 않다. 익히 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 이야기를 비틀어 예기치 않은 웃음을 선사한 ‘깜찍이’ 광고처럼 가끔은 엉뚱하고 익살스럽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가 조각으로 탄생하면 어떨까? 노준 작가는 깜찍이 외에도 많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클로(Clo), 핑(Ping), 수키(Suki), 키키(Kiki), 태희(Taehee), 테미(Temmy), 수다루(Sudaru), 판다루(Pandaru) 등.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 캐릭터들은 성장 발전하며 서로 소통한다. 얼핏 보면 동물인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딱히 동물 조각이라 하기도 어렵다. 인물상은 더더욱 아니다. 노준의 캐릭터 조각은 노준만이 창작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이미지다. 동글동글 귀여운 형태와 밝고 생동감 넘치는 색감은 친근하면서도 독창적이다. 형태는 절제되고 단순하여 쉽게 파악이 된다. 여기에 작가의 정밀하고 섬세한 작업방식이 세련미를 더한다.
캐릭터 이름 역시 명료하다. 뒷짐지고 있는 포즈의 ‘테미’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tell me’ 율동과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쾌걸 조로의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에서 ‘조로(Zoro)’가 탄생했고, ‘하야미(Hayami)’는 하얀 모습 때문이다. 어렵거나 심오하지 않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할 뿐이다. 여러 이유가 없고, 쉽고 명쾌하다. 작가에게는 이름 짓기 또한 하나의 유쾌한 놀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처음 선보이는 도시에서는 ‘NJ Entertainment’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연다. NJ는 작가의 이름인, Noh Jun의 영문 이니셜이며, entertainment는 ‘즐거움이 있는 여흥이나 오락’을 의미한다. 특정 도시에서 노준이 선사하는 한바탕 놀이로 풀이할 수 있을까?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서울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이번 제주 비아아트에서 열리는 네번째 NJ Entertainment 프로젝트는 마치 낯선 이국땅에서 개최하는 것과 같은 짜릿한 흥분과 묘한 기대감을 준다고 한다.
작가는 외국에 나갈 때 자신이 만든 캐릭터 조각 한 점과 함께 여행을 한다고 한다. 캐릭터 조각이 작가의 여행 동반자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여행 동반자만을 특정 장소에 놓고 사진을 찍는다. 바로 그 시각, 그 공간에서만 창조되는 조각과 장소 사이의 독특한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수많은 이야기들… 조각은 버스를 기다리는 행인이 되기도 하고, 거대한 빌딩 사이에 홀로 서 있는 외로운 도시인이 되기도 한다. 때론, 분주한 시장 한 켠 정육점 좌판에서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응시하는 관찰자가 되기도 하고, 숲 속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는 자연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캐릭터 조각은 이렇듯 찍힌 장소에 따라 자신의 캐릭터를 달리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기자가 되기도 한다.
‘내가 행복할 때 보면 그들도 웃고, 내가 우울하면 그들도 슬퍼 보인다’고 작가는 말한다. 시각적으로 단순한 형태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그의 조각에 있다. 그래서인지 감정이입 또한 쉽다. 노준의 조각 앞에서 기쁘면 크게 웃고, 슬프면 한껏 울어보는 건 어떨까? 내 안 깊숙이 숨어있는, 이제껏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내 감성을 끄집어내어 정서적 해방감을 만끽해보자. 무겁고 딱딱한 조형물 앞에서 느꼈던 막막함이 아닌, 놀이동산에서 우연히 만난 신나는 퍼레이드 같은 유쾌, 상쾌한 전시! 이번 제주에서의 NJ Entertainment가 여러분들에게 미술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조각 감상, 그깟 것? 어려울 것 하나 없다! 노준의 조각처럼 말이다.
노 준 작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