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Exhibitions
<일상의 성소 II> 김주연 <Sanctuary in Everyday Life II> Kim Juyeon
2013. 10. 24-12.22
김주연은 살아있는 재료로 작업하는 생태 미술 작가로 우뚝 서 있다. 2009년 제주도립미술관 개관전인 <숨비소리>에 참여하여, 신문지를 쌓은 거대한 수직구조에 씨앗이 발아하여 성장, 소멸하는 인상적인 작업을 보여주었다. 이번 비아아트의 <일상의 성소 II> 전시에서는 소금과 제주의 돌로 구성된 설치 작품 <소금섬-기억지우기 IV>, 그리고 유기체적인 제주 자연을 담은 <숨쉬다> 사진 시리즈를 소개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2013년 초부터 제주를 여러 차례 순례하였다. 제주에서의 전시는 제주의 것을 담아야 한다는 의지로 현장 작업을 한 작가는 이 섬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자연을 성실하게 습득했다.
[유기체적인 풍경, 제주를 담다]
김주연 작가의 일관 된 주제는 ‘이숙(異熟)’이다. ‘이숙’은 생명을 지닌 서로 다른 존재가 각기 자기 방식으로 자라고, 성장하며 변화하여,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제주의 원시림과 숲을 다닌 작가는 자신의 작업 주제인 ‘이숙’이 이 섬에 충분히 있으며, “제주도 자체가 거대한 유기체 덩어리”라고 말한다. 생명성과 시간성을 다루는 작가에게 제주 자연은 영감과 사색의 보고였다.
김주연이 바라본 제주의 독특함은 무엇일까? 그것은 제주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이다. 작가가 만난 제주의 유기체적 풍경은 편안하게 마음을 둘 수 있는 곳,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안식처이다.한국의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섬, 제주… 이곳에서 김주연이 찾은 ‘숨을 쉬는’ 조형의 언어로 탄생한 작품이 무언가를 나누고 전해주는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관람객의 참여]
전시장 지하에 설치된 <기억지우기>는 소금 1.5톤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현무암과 먹돌을 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소극적 관람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소금밭(소금섬) 안으로 걸어 들어가, 앉고 싶은 돌 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나서 조용히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소금은 예로부터 정화, 치유, 축복의 의미를 지녔다. 인류의 역사 문화에 소금이 차지하는 의미는 다양하고 많다. 특히, 작가는 소금 작업을 진행하면서 소금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조사하여 이를 <소금 섬> 책으로 엮었다. 관람객이 읽을 수 있도록 전시장 한 곳에 이 책이 놓인다.
정해진 특정 종교 장소에서만 기도나 명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잠시 마음을 둘만한 곳, 편안함을 느끼는 곳, 내 자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을 성소라 부른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 호흡을 하듯, 지워버릴 것은 밖으로 쏟아내고, 다시 좋은 에너지를 채워 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공감하고자 한다. 얼룩진 감정을 토해내고, 다시 좋은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 이것이 김주연 작품의 힘이다.
[소금 작업의 변화]
김주연은 2004년 일본 아오모리 현대미술관 레지던지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소금 작업을 처음 시작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아오모리의 눈 덮인 이와키산은 작가에게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산을 신으로 믿는 사람들, 이 도시에서 소금이 생산된다는 점이 모여져서 소금 작업이 나오게 된 것이었다. 이미지를 시각화하기 위해 3톤의 소금을 산의 형태로 쌓아 올리고, 그 주위를 나무의자로 둥글게 배치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의자에 앉아 맨발을 소금 위에 올리고 소금 기운을 느끼면서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2005년 서울과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소금 작업을 발표했다. 이번 비아아트의 <기억지우기>는 김주연의 네 번째 소금 설치 작업이며 이전과 다르게, 소금을 위로 쌓지 않고 바닥에 깔아 수평 구조의 조형성을 선보인다. 소금의 흰색과 제주 돌의 검은색의 조화가 이채롭다.
<일상의 성소 II> 전시에는 소금 설치와 더불어, 사진 작품 <숨쉬다> 시리즈도 선보인다. 모두 8점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숲을 걷다가 만난 빛, 하늘, 돌, 물, 나무, 풀, 심지어 이끼 같은 작은 생명체에게도 말을 걸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를 느끼게 하는 작업들이다. 사진 속 초록, 검정, 붉은색이 구체적인 사물로 연상되기보다는 우리 감성을 자극해 진심으로 마음의 대화를 열게 한다.
김주연 작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