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이덕종 Eugene Duckjong Lee

저에게 건축이란 저를 포함한 한 개인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일상 생활과 문화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건축은 독립된 개체가 아닌, 장소성이라는 대지 위에 놓여있고 따라서 문화와 인간의 행동양식과 강한 관계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재학 중 김기석 선생님이 이끄는 아람건축 아뜰리에에서 실습을 시작하면서 정확히 저에게 의미하는 건축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어렴풋이 제가 생각하는 예술과 건축의 경계에서 저의 건축을 찾아가겠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2년여 동안 캐나다 토론토와 영국 런던에서 목조주택 건설, 엔틱가구 수출, 레스토랑 운영을 하며 다양한 경험과 학비를 벌게 되었습니다. 건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앞서 미술적인 이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 London 미술학교인 Camberwell Art School 과 Chelsea College Art & Design School에서 디플로마 과정을 통해 회화와 조각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저에게 추상적으로만 여겨졌던 예술과 건축 사이의 고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와 앞으로 어떤 정신으로 건축을 추구하고 싶은지, 어떤 건축가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주었습니다.

예술학교 졸업 뒤 장학금과 함께 입학하게 된 런던의 AA School의 매력은 예술 건축과의 경계가 없고, 자기 스스로의 건축적인 틀을 세우고 발전시킬 수 있어 매력적이었습니다. 학사과정인 AA School Intermediate [2 year] 과정에서 건축적인 의지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건축가가 아닌, 건축가로서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지 Hardware가 아닌 Software건축의 태도를 경험했습니다. 다음해인 AA School Intermediate [3year] 에는 지질학 과학자들과 진행한 천연 미네랄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건축에 적용하는 과정이었는데, 미네랄의 기하학적인 측면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속성이 어떻게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으로 변형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접근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추상적인 개념에서 우리가 생활하는 보다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으로의 변형은, 건축이라는 것이 삶과 따로 독립된 분야가 아닌 우리 생활 그 자체임을 느꼈고, 예술 건축 생활 전반에 있어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AA School 졸업 뒤 평소 존경하던 건축가 Jan Kaplicky가 이끄는 FUTURE SYSTEMS에서 실무를 쌓았습니다. 재직 중 런던의 신문사와 잡지사를 한곳으로 이전시키는 News International 프로젝트와, 방콕에 Central Embassy 빌딩을 담당하였습니다. 재직 중 Jan Kaplicky가 집필한 Confessions 책을 Jan의 도움으로 한국어로 번역작업을 하던 중 애석하게도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실무 뒤 석사과정인 AA School Diploma [4~5year] 과정에 장학금과 함께 입학했고 Cero9/AMID 마드리드 건축가 부부와 함께 브라질 파벨라(Favela)에 극빈층을 위한 브라질 전통 무술인 까뽀에라(Capoeira) 워크샵 공간과 이벤트를 위한 공공장소를 지하 공간에 제안하면서 공공 공간과 전통문화 그리고 장소성과의 관계에 대해 심층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해에는 스페인 건축가 Enric Miralles 제자인 바르셀로나 건축가 Enric Ruiz-Geli [Cloud 9]과 함께 지중해를 사이트로 지구 온난화에 관한 건축가의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과학자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구 온난화가 특정분야에서만 다룰 이슈가 아닌 건축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태도가 필요함을 체험했습니다.

2011년 아람건축 김기석 선생님 제자인 구승민소장님 studio KOOSSINO(꾸씨노 스튜디오), 2014년 조병수소장님 BCHO Architects(조병수 건축연구소)의 작업실에서 주택, 갤러리, 뮤지엄, 호텔 위주의 작업을 하였습니다. 2016년부터 2년여동안 DPJ&Partners(David Pierre Jalicon)에서 리테일 작업위주의 작업을 했고 애플 가로수길 프로젝트 Local Architect 및 현장감리로서 2년동안 마무리를 했고, 동시에 애플 홍대점, 애플 강남점, 서래마을 프랑스 학교, VCA(Van Cleef & Arpels) Flagship Store,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교육과 실무 작업을 통해 건축가로서 예술, 건축, 도시, 문화, 대지, 생태계,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이슈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과, 창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적 태도’ 가 가장 큰 저의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예술, 건축, 도시 디자인은 인간 생명 주기 전반에 걸쳐 동일한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제주에 설립한 ARC studio에서 진행한 제주 애월읍 광령리 오씨주택은 2017 제주건축문화축제에서 주거부문 특선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제주국립대학교에서 설계스튜디오 진행과 현대건축론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7년째 건축가 협회와 진행하는 ‘토요 건축 문화학교’ 에서 초,중,고학생들과 건축 교실을 진행하고 있고, 서울문화재단선정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소설가들과 ‘문학의 공간’을 통해 문학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